2009년 11월 06일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 The Imaginarium of Doctor Parnassus 2009>은 그 이름값을 하는 작품이다. 상상을 화두로 삼아, 우리의 상상을 훌쩍 뛰어넘는 이야기와 비주얼을 선사한다.
상상이라. 낯 간지럽긴 하지만 한번 상상에 대해 상상해 보도록 하자.
상상(想像)은 우주의 근원이다. 세상을 재해석하고 재창조하며, 그 과정 속에서 아름다움을 추출한다. 그래서 때로는 거창하게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상상은 이미지다. 구체적이다. 세세할수록, 풍부할수록 강력해진다. "신은 정교함 속에 있다. God is in the details."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곧 딜레마에 봉착한다. 정교함 속에는 악마 역시 존재하기 때문이다. (The Devil is in the details.) 악마는 상상을 부정하고 블랙홀처럼 시공간을 송두리째 집어삼키기도 한다.
상상의 무저갱에서 자신의 소중한 그 무언가를 걸고 악마와 담판을 벌여야 하는 일은 전적으로 작가의 몫이었다. 그런데 이 치명적인 도박에 끼어들 기회는 이제 대중에게까지 주어졌다. 주도권은 작가에서 대중으로 이동하고, 대중은 스스로 창작 활동을 벌여 나간다. 인터렉티브한 多對多의 상상과 창조가 가능한 21세기,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이제 우리는 각자의 상상극장을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어떤 상상을 할 것인지, 어떤 이야기를 창조할 것인지, 그리고 어떤 길을 택할 것인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 정말 쉽지 않은 선택이다. 상상의 근원은 욕망이며, 악마는 교묘하게 그것을 자극한다. 그릇된 판단은 아주 그럴싸하게 보이는 반면 올바른 출구는 고통스럽게 느껴진다. 실패하면 인생 끝, 성공하면 깨달음과 함께 현실로 복귀한다.
이 생존자들은 계속 이야기를 써내려갈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세상은 존재할 것이다. 파르나서스 박사는 틀리지 않았다.
"Somewhere in the world, at any given time, someone is telling a story! Sustaining the universe! Right now, it's happening."
# by 소갈비맛나 | 2009/11/06 22:29 | 놀이 | 트랙백 | 덧글(0)
2009년 11월 04일
아침 다섯 시 이전에 일어나는 나에게 저녁 시간은 그야말로 지옥이다. 저녁만 먹고 나면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해 어떨 땐 아홉 시 이전에 곯아떨어지기도 한다. 그래도 일찍 자는 게 잘못은 아니니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요즘처럼 할 일 많을 때만 빼놓고.
이번 주는 상당히 빡빡하다. 편지 쓰기에 독해, 동영상 받아적기, 2분 내 사업설명(elevator pitch), 그리고 15분짜리 최종 발표. 이뿐만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병행하는 영어 일기에 여기 포스팅까지 더하면 저녁 늦게까지 책상 앞에 앉아 있어도 겨우 끝낼까 말까다. 하지만, 문제는 잠. 뭘 좀 하려고 들면 눈꺼풀이 천근만근이라 자동으로 '잠깐만 눕자.'라는 관대한 판단과 함께 몽유병 환자처럼 침대로 빨려 들어간다. 다시 눈을 떠보면 새 아침이 밝는 중.
그래서 어제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커피 한 잔으로는 어림도 없는 걸 알고 있는지라 아예 커다란 사발 가득 커피를 타서 사극에서 사약 들이켜듯 벌컥벌컥 마셨던 것이다. 덕분에 약간 멍한 상태로 자정 넘어 한 시까지 버틸 수 있었다. 그러나 막상 다음 날을 위해 잠을 청하려 해도 뇌의 흥분이 가라앉질 않아 상당히 난감했다. 대략 두 시 넘어 겨우 잠이 든 것 같다.
휴, 피곤해도 오늘 내일만 잘 넘기자. 금요일 브리즈번 항구로 견학 갈 예정이므로, 내일 숙제 다 내고 오후에 발표하고 나면 이번 주는 실질적으로 끝이다. 오늘도 커피 한 사발의 위력으로 아직은 잘 견디고 있다. 숙제도 얼마 안 남았다. 어서 마무리하고 영어 일기 빨리 쓰고 편안한 기분으로 잠을 청하고 싶다.
# by 소갈비맛나 | 2009/11/04 20:32 | 잡담 | 트랙백 | 덧글(4)
2009년 11월 03일
사람은 항상 큰일을 꿈꾸며 살면서도 실제론 소소한 슬픔과 기쁨으로 삶을 채워 나간다.
깔보는 듯한 타인의 몇 마디와 얼마 전 저지른 가벼운 잘못, 모레까지 끝내야 하는 자질구레한 숙제들이 머리를 짓눌러 오는 한편, 아버지의 서투른 안부 메일과 새해 첫날 시드니로 불꽃놀이 구경을 가자는 친구의 진지한 제안, 그리고 양은 냄비에서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가 톡톡 어깨를 다독여 준다.
세상을 굽어보는 통찰력도 중요하다. 하지만, 작은 일들에 슬기롭게 대처할 지혜 또한 소중히 여겨야 할 것 같다.
# by 소갈비맛나 | 2009/11/03 16:22 | 잡담 | 트랙백 | 덧글(2)